A BiteMark Field Book

들어가기 전에

업무란 무엇인가 v0.5.0

경영지원팀 업무를 잡무라고 부르는 순간 회사는 자기 운영 시스템을 잃어버린다.

잡무라는 말에는 객체가 없다. 상태가 없다. 기준이 없다. 마감이 없다. 증빙이 없다. 어디서 막혔는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다음 단계로 넘겨야 하는지도 흐려진다.

실제 업무는 그런 식으로 생기지 않는다.

노트북은 요청되고, 승인되고, 구매되고, 배정되고, 사용되고, 수리되고, 반납되고, 폐기된다. 계약서는 초안이 되고, 검토되고, 수정되고, 결재되고, 서명되고, 보관되고, 갱신되거나 종료된다. 세금계산서는 발행 예정이 되고, 발행되고, 입금 대기 상태가 되고, 입금 완료되고, 대사 완료된다.

이것은 잡무가 아니다.

이것은 운영 객체의 라이프사이클이다.

회사는 수많은 운영 객체로 이루어진다. 비품, 계약서, 세금계산서, 지급, 후보자, 직원, 업체, 법인문서, 리스크, 캠페인, 리드, 상담, 고객, 콘텐츠, 예산. 이 객체들이 누락 없이 태어나고, 움직이고, 기록되고, 종료될 때 회사는 굴러간다.

이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업무는 태스크가 아니라 상태 전이다.

애플리케이션은 그 상태 전이를 사람의 기억 대신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장치다.

이 책의 핵심 주장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한 문장이다.

업무는 사람이 바쁘게 처리하는 태스크가 아니라, 회사 안의 운영 객체들이 태어나고, 상태를 바꾸고, 기록되고, 종료되는 라이프사이클 관리다.

더 짧게 말하면 이렇다.

회사는 일이 아니라 객체의 상태 전이로 굴러간다.

그리고 더 세게 말하면 이렇다.

모든 업무는 아직 코드가 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다.

기존 업무 관점은 사람을 본다. 누가 처리했는가. 얼마나 빨리 했는가. 몇 건 했는가. 이 관점은 필요하지만 부족하다. 처리자는 보이는데 객체가 보이지 않는다. 바쁨은 보이는데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 완료는 말하는데 완료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관점을 바꾼다.

기존 관점
업무는 할 일이다
이 책의 관점
업무는 운영 객체의 상태 전이다
기존 관점
업무량은 태스크 수다
이 책의 관점
업무량은 객체, 상태, 예외, 증빙의 복잡도다
기존 관점
일 잘함은 빨리 처리함이다
이 책의 관점
일 잘함은 누락 없이 상태를 이동시키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기존 관점
문서화는 매뉴얼 작성이다
이 책의 관점
문서화는 라이프사이클과 상태 전이 규칙을 고정하는 것이다
기존 관점
앱 개발은 CRUD 구현이다
이 책의 관점
앱 개발은 상태 전이, 권한, 증빙, 리포트를 CRUD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관점이 들어오면 잡무라는 단어가 무너진다. 잡무는 이름 없는 상태 전이다. 이름을 붙이고, 상태를 나누고, 전이 조건을 쓰고, 증빙을 남기고, 권한을 정하면 잡무는 운영 시스템이 된다.

외국어 용어 표기 원칙

이 책은 현장에서 이미 쓰이는 외국어 방법론 용어를 억지로 지우지 않는다. 용어에는 출처, 맥락, 사고방식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하는 핵심 용어는 원어(음차, 한국어 뜻)로 병기한다. 예를 들어 Appetite(애피타이트, 투자 의향), Bet(벳, 베팅), Obligation(오블리게이션, 이행 의무)처럼 쓴다.

이후에는 원어를 중심으로 쓰되, 문맥이 어려워지는 곳에서는 한국어 뜻을 다시 붙인다. 번역어는 원어를 대체하는 말이 아니라, 독자가 바로 붙잡도록 돕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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