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취향 이전의 아름다움

중세의 미는 세계관이었다

감도라는 거짓말 v1.6.1

중세의 미를 꺼내면 갑자기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신, 빛, 조화, 상징, 위계. 하지만 이 거리는 오히려 유용하다. 중세의 미는 적어도 세계 전체가 어떻게 짜였는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아름다움은 개인 취향의 작은 장식이 아니었다.

성당의 빛은 그냥 예쁜 조명이 아니었다. 색유리와 높이와 음향과 동선은 어떤 세계관을 몸으로 겪게 했다. 미는 감각의 쾌락을 넘어서 질서와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이 세계관을 그대로 옹호하자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너무 쉽게 미를 취향 소품으로 축소한다는 데 있다. 공간이 좋다, 빛이 좋다, 감도가 좋다. 그런데 그 공간은 어떤 삶을 제안하는가. 그 빛은 어떤 태도를 만든다. 그 감도는 어떤 세계를 열거나 닫는가. 이런 질문은 사라진다.

브랜드 공간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업이 작은 성당을 흉내 냈다. 입장하는 순간의 향, 계산대의 높이, 직원의 말투, 패키지의 질감, 사진 찍기 좋은 모서리. 모두 의미의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관 없이 장치만 모이면 감도 높은 세트장일 뿐이다.

세계관 없이 남은 미감은 결국 인테리어 취향이 된다. 예쁘지만 비어 있고, 고급스럽지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중세의 미가 거창했다면, 오늘의 감도는 너무 자주 소품화되어 있다.

미가 세계를 드러내지 못하고 자기 취향만 드러낼 때, 그것은 금세 작아진다. 감도라는 말이 하찮아지는 순간도 바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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