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합리화의 아름다운 피난처

실패해도 살아남는 감도

감도라는 거짓말 v1.6.1

감도 담론은 실패 앞에서 특히 우아해진다. 결과가 좋을 때는 굳이 깊은 말이 필요 없다. 문제는 결과가 나쁠 때다. 그때 감도는 갑자기 철학자가 된다.

안 팔린다. 그러면 시장이 아직 못 따라왔다. 고객이 헷갈린다. 그러면 우리가 너무 앞서갔다. 직원이 재현하지 못한다. 그러면 실행력이 부족하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면 장기 브랜딩은 원래 시간이 걸린다.

이 말들 중 일부는 사실일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좋은 변명은 늘 반쯤 맞다. 문제는 그 반쪽의 진실이 나머지 반쪽의 책임을 덮는 순간이다.

전략은 사전에 위험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방향을 택하면 무엇이 좋아질 것이고, 무엇이 나빠질 수 있으며, 어떤 신호가 나오면 수정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도 타령은 사전에 흐리고 사후에 선명하다. 이것이 사후합리화의 전형이다.

실패해도 살아남는 말은 조직에서 위험하다. 아무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패가 감도의 실패인지, 실행의 실패인지, 시장 가설의 실패인지, 제품의 실패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다음 결정도 같은 안개 속에서 내려진다.

결과 앞에서 말을 바꾸는 감도는 미학이 아니라 보험 약관이다. 보험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철학이라고 부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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