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조건 없는 감도의 사이비성

포퍼: 틀릴 수 없는 말

감도라는 거짓말 v1.6.1

칼 포퍼를 미학에 그대로 들이밀 수는 없다. 아름다움은 실험실의 명제가 아니고, 취향은 물리 법칙처럼 반증되지 않는다. 이 정도 구분도 못 하면 비판하는 쪽이 더 우스워진다.

하지만 포퍼에게서 빌릴 수 있는 태도는 있다. 어떤 주장이 어떤 결과 앞에서도 살아남는다면, 그 주장은 지식처럼 굴기 어렵다. 틀릴 방법이 없는 말은 맞는 말이 아니라 도망갈 문이 많은 말일 수 있다.

감도라는 말은 자주 이 구조를 갖는다. 성공하면 감도가 맞았다. 실패하면 대중이 못 따라왔다. 기억되면 방향이 좋았다. 잊히면 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팔리면 브랜드가 강했다. 안 팔리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을 단기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다. 브랜드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미적 선택은 늦게 이해된다. 그러나 이 말이 매번 실패의 방패가 되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미신이다.

포퍼식으로 물어야 한다. 무엇이 관찰되면 네 감도 판단을 수정할 것인가.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면? 팀이 재현하지 못하면? 매출이 아니라도 기억, 검색, 재방문, 추천, 사용성 중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감도는 판단이 아니다.

실패 조건을 말하는 순간 감도는 비싸진다. 말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게 이기고 싶은 말들은 실패 조건을 싫어한다. 흐릿해야 오래 산다. 모호해야 위에 남는다.

틀릴 수 없는 감도는 지식이 아니라 사이비다. 정확한 판단은 항상 자신이 틀릴 수 있는 지점을 조금은 공개한다.

권력어는 당대에는 이긴다. 그러나 실패 조건이 없고 설명 책임이 없고 결과물로 증명되지 않는 말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은 이론이 되지 못하고, 유행이 끝난 뒤에는 어색한 시대어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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