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실패의 문제

감도 높은 하찮은 결과물들

감도라는 거짓말 v1.6.1

세상에는 예쁜데 하찮은 결과물이 많다. 폰트는 좋고 여백은 넉넉하고 사진은 차분한데, 정작 무엇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급스러운데 기억나지 않고, 조용한데 설득하지 못하고, 세련됐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감도 높은 실패다. 그냥 못 만든 실패보다 더 피곤하다. 못 만든 것은 고치기라도 쉽다. 그런데 감도 높은 실패는 자신이 실패라는 사실을 오래 숨긴다. 모두가 예쁘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무도 빨리 인정하지 못한다.

브랜딩에서 미는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고객이 기억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선택해야 하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 아름다움이 이 경로를 돕지 못하면 그것은 사업 안에서 장식으로 남는다.

장식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장식은 인간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장식을 전략이라고 부르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꽃병은 꽃병이고, 엔진은 엔진이다. 꽃병을 엔진룸에 넣고 차가 안 나간다고 대중의 수준을 탓하면 곤란하다.

감도 높은 결과물이 진짜 좋은지 보려면 질문하면 된다. 더 잘 이해되는가. 더 잘 기억되는가. 더 믿게 되는가. 더 쉽게 선택하게 되는가. 더 오래 사랑하게 되는가. 이 질문들 중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면, 그 감도는 사업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예쁜 실패가 오래 버티는 이유는 감도라는 말이 실패 비용을 흩뜨리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묻기 전에, 모두가 '방향은 좋았는데'라고 말한다. 방향이라는 단어는 넓고, 책임은 작아진다.

예쁜데 아무도 안 쓰는 것은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장식된 실패다. 시장은 결국 조용하다. 설명하지 않고, 구매하지 않고,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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