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견디는 미감
미감 말고 설명 능력
감도라는 거짓말 v1.6.1
감도를 구하려면 감도라는 말을 덜 써야 한다. 이상하지만 그렇다. 어떤 단어는 너무 많이 쓰이면 자신이 가리키던 것을 망친다. 감도도 그렇다.
좋은 미감은 설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명한다고 미가 죽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설명을 거치며 판단이 선명해진다. 왜 좋은지 말해보는 일은 감상을 천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만든다.
물론 모든 아름다움이 완전히 말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좋은 음악, 좋은 문장, 좋은 공간에는 남는 것이 있다. 그러나 남는 것이 있다는 사실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르다. 말할 수 없는 잔여를 핑계로 처음부터 말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다.
설명 능력은 감도의 적이 아니다. 감도의 위생이다. 이 판단이 누구에게 어떤 효과를 내는지, 어떤 맥락에서 작동하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은 취향을 공적인 자리로 데리고 나온다.
설명은 비용이다. 그래서 좋은 감도는 그 비용을 치른다. 나쁜 감도는 그 비용을 남에게 넘긴다. 말하는 사람은 '너무 설명적이다'라고 하고, 듣는 사람은 설명을 얼마나 지워야 하는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고객은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혼자 계산한다.
설명할 수 없는 미감은 대개 책임질 수 없는 취향이다. 좋은 미감은 말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견딜 수 있는 미감이다.
그러니 다음번에 누군가 감도가 떨어진다고 말하면 조용히 물어보면 된다. 어느 기준에서요. 무엇을 바꾸면 나아지나요. 어떤 결과가 나오면 판단을 수정하시겠나요. 이 질문 세 개면 대부분의 감도 무당은 갑자기 사람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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