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브랜드는 하는 게 아니라 남는 것이다

2장. 포지셔닝에 당신의 자리는 없다

브랜딩 금지 v0.2.0

포지셔닝이라는 말도 위험하다.

많은 사람이 포지셔닝을 "우리가 차지하고 싶은 자리"라고 이해한다. 고급, 합리적, 전문적, 친절한, 빠른, 힙한, 믿을 만한, 프리미엄, 대중적. 이런 단어 중 하나를 고르고 "우리는 이 포지션으로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고객 머릿속은 빈 지도장이 아니다.

고객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많은 자리들이 있다. 오래 쓴 브랜드가 있다. 친구가 추천한 브랜드가 있다. 검색 결과에서 자주 본 브랜드가 있다. 가격이 싼 곳이 있다. 비싸지만 유명한 곳이 있다. 예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한 번 크게 만족했던 경험이 있다. 광고에서 본 이름이 있다. 동네에서 지나가다 본 간판이 있다.

당신이 "우리는 프리미엄"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고객 머릿속에 프리미엄 칸이 비워지는 게 아니다. 그 칸에는 이미 누군가가 있다. 혹은 고객이 그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무서운 가능성은 고객이 당신의 카테고리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포지셔닝에 당신의 자리는 없다.

처음부터 없다.

그러니 포지션을 정한다는 말은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자리를 정한다"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가진 인식 구조 안에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을 찾는다"에 가깝다.

예를 들어 작은 카페가 "우리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라고 말한다고 하자. 고객의 머릿속에는 이미 프리미엄 커피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있다. 유명한 로스터리, 호텔 라운지, 멋진 인테리어의 카페, 비싼 원두 브랜드. 작은 카페가 이들과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어렵다.

대신 다른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아침 8시에 가장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카페."

"동네에서 원두 설명을 가장 잘해주는 카페."

"디카페인 선택지가 가장 좋은 카페."

"혼자 앉아도 눈치 안 보이는 카페."

이런 자리는 더 작다. 그러나 더 실제적이다. 고객이 특정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리는 말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으로 차지한다.

아침 8시에 늘 열려 있어야 한다. 음악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콘센트가 있어야 한다. 오래 앉아도 눈치가 없어야 한다. 직원 응대가 매번 비슷해야 한다. 후기에 같은 말이 반복되어야 한다. 지도 리뷰에서도 같은 장면이 보여야 한다.

그때 포지션이 생긴다.

포지션은 선언문이 아니라 시장이 남긴 별명이다.

고객이 자주 같은 말로 당신을 부르면 포지션이 생긴 것이다. 고객이 당신이 의도한 단어를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고객의 단어가 더 중요하다. 고객이 "프리미엄"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비싸지만 후회는 안 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더 강한 포지션일 수 있다.

포지셔닝을 원한다면 먼저 고객의 말부터 수집해야 한다.

고객은 언제 우리를 떠올리는가. 무엇과 비교하는가. 왜 망설이는가. 구매 후 뭐라고 설명하는가. 다시 살 때 어떤 상황인가. 추천할 때 어떤 문장으로 말하는가.

그 다음에야 자리를 말할 수 있다.

그 전의 포지셔닝은 자기소개다.

이 장의 번역

"우리 포지션을 정하자"를 이렇게 바꿔라.

  •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대체재는 무엇인가?
  • 고객은 어떤 상황에서 우리를 떠올릴 수 있는가?
  • 그 상황에서 우리를 떠올리게 할 반복 증거는 무엇인가?
  • 고객이 우리를 실제로 어떤 말로 설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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