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브랜딩 착각이 팔리는 시장

16장. P&G는 예쁜 브랜드가 아니라 반복구매 운영체계다

브랜딩 금지 v0.2.0

P&G식 브랜드를 오해하는 방식도 있다.

"대기업은 광고를 많이 하니까 브랜드가 된다."

광고는 중요하다. 하지만 P&G식 브랜드의 핵심을 광고비로만 보면 놓친다. P&G가 강한 이유는 반복구매 카테고리에서 고객이 매번 새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운영 구조에 있다.

P&G는 세제, 기저귀, 면도기, 치약, 샴푸처럼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고 반복해서 사는 카테고리를 다룬다. 이런 시장에서 고객은 매번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고객은 실패하지 않을 선택을 원한다. 익숙하고, 성능이 예상되고, 쉽게 살 수 있고, 가격이 이해되고, 다시 사기 쉬운 이름을 고른다.

즉 P&G식 브랜드는 고객의 철학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선택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캠페인 직군이 아니다

P&G는 1931년에 브랜드별 단일 책임 구조로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브랜드 담당자가 예쁜 캠페인을 만든다"가 아니다. 한 브랜드의 성공을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상품, 패키지, 커뮤니케이션, 리테일 실행, 가격, 고객 가치가 따로 놀면 브랜드가 되기 어렵다. 광고는 좋지만 제품이 별로면 반복구매가 안 된다. 제품은 좋은데 패키지가 헷갈리면 매대에서 지고, 패키지는 좋은데 구매 경로가 약하면 고객이 못 산다. 유통은 넓지만 가격이 흔들리면 신뢰가 흔들린다.

P&G식 브랜드는 이 요소들을 한 덩어리로 본다.

작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말 대신 "누가 이 상품의 반복구매를 끝까지 책임지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콘텐츠 담당자는 콘텐츠만 본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본다. 광고 담당자는 전환율만 본다. CS 담당자는 불만만 본다. 대표는 매출만 본다. 각자가 자기 숫자만 보면 고객의 반복 경험은 찢어진다.

브랜드 책임자는 이 찢어진 경험을 다시 묶는 사람이다.

작은 회사에서는 대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House of brands는 욕심을 줄이는 구조다

P&G를 고객이 기억하는 방식은 "P&G 제품"이 아니다. 고객은 Tide, Pampers, Gillette, Crest, Oral-B 같은 개별 이름으로 기억한다. 회사 이름이 뒤에 있어도 실제 구매 순간에는 각 상품 브랜드가 문제를 맡는다.

이 구조를 house of brands라고 부를 수 있다.

작은 브랜드가 꼭 여러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처음부터 이름을 너무 많이 만들면 혼란스럽다. 다만 배워야 할 원리는 있다.

한 이름에 너무 많은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

하나의 브랜드명으로 저가 상품, 고가 상품, 교육 상품, 커머스 상품, 커뮤니티, 컨설팅, 굿즈, 앱, 오프라인 공간을 모두 밀어붙이면 고객은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이 말은 파는 사람에게는 편하다. 모든 것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에게는 불편하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P&G식 사고는 고객의 문제를 좁게 맡는다.

이 얼룩은 이 세제.

이 잇몸 문제는 이 치약.

이 면도 습관은 이 면도기.

이 아기 밤기저귀는 이 제품.

작은 브랜드도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 고객 상황은 이 상품.

이 가격대는 이 패키지.

이 문제는 이 이름.

이 재구매는 이 루틴.

브랜드가 커지는 길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반복해서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저관여에서는 세계관보다 재구매 버튼이 강하다

저관여 상품에서 세계관을 과하게 만들면 고객은 피곤해진다. 고객이 생수를 사면서 브랜드 철학을 깊게 읽고 싶지는 않다. 세탁세제를 사면서 창업자의 철학을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양말을 사면서 자기 정체성을 새로 정의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저관여 상품에도 감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감성은 선택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저관여 상품에서 강한 브랜드는 대개 세 가지를 잘한다.

첫째, 무엇인지 바로 보인다.

둘째, 실패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셋째, 다시 사기 쉽다.

이 셋이 약한데 "브랜드 무드"만 좋아지면 매출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작은 커머스 브랜드가 상세 페이지 맨 위에 긴 세계관 문장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객은 사이즈, 소재, 배송, 반품, 후기, 가격, 색상, 사용 장면을 먼저 보고 싶다. 고객의 질문에 늦게 답하면 이탈한다.

브랜딩은 고객의 질문을 늦추는 핑계가 아니다.

저관여에서는 질문에 빨리 답하는 것이 브랜드다.

P&G식 번역표

P&G식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다음을 정해야 한다.

  • 고객이 이 상품을 사는 반복 상황은 무엇인가?
  • 고객이 구매 직전에 확인하는 3가지는 무엇인가?
  • 실패하지 않을 선택처럼 보이게 만드는 증거는 무엇인가?
  • 재구매를 쉽게 만드는 장치는 무엇인가?
  • 이름, 패키지, 상세 페이지, 광고, 후기에서 같은 단서가 반복되는가?
  • 고객이 상품을 찾을 때 쓰는 검색어와 우리가 쓰는 말이 같은가?
  • 상품별 책임자가 있는가, 아니면 모두가 조금씩 말만 보태는가?

P&G식 브랜드는 대단한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다시 살 수 있게 만든다.

저관여에서는 그것이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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