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추상어 금지 사전
11장. 세계관이라고 말하지 마라
브랜딩 금지 v0.2.0
세계관이라는 말은 멋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브랜드에게 세계관은 너무 이르다.
세계관은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계관은 많은 선택이 오래 쌓여 생긴다. 무엇을 팔았는지, 무엇을 팔지 않았는지, 어떤 고객을 좋아했는지, 어떤 고객을 거절했는지, 어떤 톤을 지켰는지, 어떤 농담은 하지 않았는지, 어떤 가격을 유지했는지, 어떤 실수를 인정했는지. 이런 것들이 쌓여 세계관이 된다.
세계관을 먼저 만들려 하면 이야기가 과해진다.
작은 향초 브랜드가 갑자기 우주와 명상과 자기회복의 서사를 붙인다. 작은 카페가 도시인의 고독과 취향의 해방을 말한다. 작은 앱이 일의 미래와 인간성 회복을 말한다.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고객은 대개 더 단순한 질문을 한다.
"향이 좋은가?"
"공간이 편한가?"
"앱이 시간을 줄여주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세계관은 장식이다.
세계관은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 품질을 대체할 수 없다. 가격의 불합리를 대체할 수 없다. 느린 응대를 대체할 수 없다. 부족한 증거를 대체할 수 없다.
오히려 좋은 세계관은 규칙에서 나온다.
무인양품의 세계관은 광고 문구 하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제품의 절제, 색의 제한, 포장의 단순함, 매장의 분위기, 가격대, 카테고리 확장 방식이 반복되며 생긴다. 애플의 세계관도 발표 카피만으로 생기지 않았다. 제품, OS, 매장, 패키지, 발표 방식, 가격, 폐쇄성, 디자인 기준이 반복되며 생겼다.
작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금지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하지 않는가. 어떤 이미지를 쓰지 않는가. 어떤 고객을 억지로 설득하지 않는가. 어떤 할인은 하지 않는가. 어떤 상품은 추가하지 않는가. 어떤 유행은 따라가지 않는가.
세계관은 말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에서 더 선명해진다.
작은 브랜드가 세계관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반복되는 선택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 우리다운 상품만 추가한다.
- 우리답지 않은 요청은 거절한다.
- 모든 콘텐츠는 하나의 고객 상황에서 출발한다.
- 모든 사진은 같은 원칙으로 찍는다.
- 모든 가격표는 같은 논리로 설명한다.
- 모든 불만 응대는 같은 기준으로 처리한다.
이런 규칙이 쌓이면 나중에 고객이 세계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계관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 말은 너무 빨리 브랜드를 허영으로 데려간다.
이 장의 번역
"세계관을 만들자"를 이렇게 바꿔라.
- 우리는 어떤 말을 하지 않을 것인가?
- 어떤 이미지를 쓰지 않을 것인가?
- 어떤 상품을 추가하지 않을 것인가?
- 어떤 고객을 억지로 설득하지 않을 것인가?
- 6개월 동안 바꾸지 않을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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