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추상어 금지 사전

9장. 고객경험이라고 말하지 마라

브랜딩 금지 v0.2.0

고객경험이라는 말도 너무 좋다.

그래서 위험하다.

고객경험을 개선하자는 말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객경험은 무엇인가. 친절한 응대인가. 빠른 배송인가. 예쁜 포장인가. 쉬운 예약인가. 좋은 향인가. 자세한 설명인가. 구매 후 연락인가. 환불 프로세스인가. 브랜드 스토리인가.

전부일 수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고객경험이라는 말을 금지하면 더 좋은 질문이 나온다.

고객은 어느 단계에서 막히는가.

예약 전인가. 구매 직전인가. 첫 방문인가. 결제 순간인가. 사용 첫날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인가. 재구매 직전인가. 추천하려는 순간인가.

경험은 감성이 아니라 절차다.

고객은 절차를 통과한다. 검색한다. 비교한다. 문의한다. 기다린다. 결제한다. 사용한다. 확인한다. 불만을 말한다. 다시 산다. 추천한다. 이 절차 중 어디에서 기억이 생기는지 봐야 한다.

"고객경험을 개선하자"는 말은 흐리다.

"문의 후 5분 안에 첫 응답을 보낸다"는 말은 선명하다.

"첫 구매 고객에게 사용법 카드를 넣는다"는 말은 선명하다.

"3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7일 뒤 사용 확인 메시지를 보낸다"는 말은 선명하다.

"환불 요청 시 24시간 안에 결정 기준을 안내한다"는 말은 선명하다.

"예약 전 고객이 반드시 가격과 소요 시간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말은 선명하다.

고객경험은 이런 문장들의 합이다.

작은 브랜드에게 고객경험은 대단한 감동이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대부분의 고객은 감동보다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말한 시간에 연락이 오고, 안내된 가격이 바뀌지 않고, 설명한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 숨지 않는 것. 이것만으로도 많은 브랜드는 달라진다.

고객경험을 "감동"으로 이해하면 과잉이 생긴다. 불필요한 선물, 과한 손편지, 과한 이벤트, 직원의 감정노동, 수익성 없는 서비스가 생긴다. 고객은 고마워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지속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좋은 고객경험은 지속 가능한 절차여야 한다.

직원이 바뀌어도 반복될 수 있어야 한다. 바쁜 날에도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대표가 직접 챙기지 않아도 굴러가야 한다. 고객이 늘어나도 깨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고객경험의 핵심은 "느낌"이 아니라 "운영"이다.

당신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 알고 싶다면 감성 단어를 쓰지 말고 시간표를 그려라. 고객이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다시 구매하거나 떠나는 순간까지 모든 접점을 적어라. 각 접점에서 고객이 궁금해하는 것, 불안해하는 것, 귀찮아하는 것, 기억하는 것을 적어라.

그리고 한 가지씩 규칙으로 바꿔라.

그때 고객경험은 실행 가능한 말이 된다.

이 장의 번역

"고객경험을 개선하자"를 이렇게 바꿔라.

  • 고객은 어느 단계에서 막히는가?
  • 그 단계에서 고객은 무엇을 궁금해하는가?
  • 어떤 응답/안내/절차를 반복할 것인가?
  • 직원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가?
  • 고객이 나중에 기억할 한 장면은 무엇인가?

Early Reader Feedback

원고 피드백 남기기

읽다가 헷갈린 곳, 더 듣고 싶은 사례, 동의하기 어려운 문장을 알려주세요. 공개 댓글이 아니라 저자에게만 전달되는 피드백입니다.

본문에서 문장을 드래그한 뒤 누르면 선택 문장이 함께 저장됩니다.

피드백 유형

BiteMark Press는 Cloudflare Web Analytics로 익명 트래픽을 보고, 동의한 경우에만 GA4와 Microsoft Clarity를 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