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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브랜딩이라는 말이 회의를 망친다

브랜딩 금지 v0.2.0

브랜딩이라는 말은 회의에서 가장 편리한 단어 중 하나다.

누군가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하면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광고 효율이 나빠졌다고 말하면 "이제 퍼포먼스만으로는 안 되고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고객이 싸구려로 본다고 느끼면 "프리미엄 브랜딩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제품이 경쟁사와 비슷해 보이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말들은 대체로 반박하기 어렵다. 누가 브랜딩이 필요 없다고 하겠는가. 누가 고객경험을 개선하지 말자고 하겠는가. 누가 프리미엄이 싫다고 하겠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내일부터 무엇을 바꿀 건데요?"

이 질문을 던지면 대화가 흐려진다. 로고를 바꿀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톤을 바꿀 수도 있다. 매장 인테리어를 바꿀 수도 있다. 카피를 바꿀 수도 있다.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타깃을 좁힐 수도 있다. 상담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할인 정책을 없앨 수도 있다. 대표가 직접 콘텐츠에 나올 수도 있다.

모두 브랜딩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두 같은 일이 아니다.

브랜딩이라는 말은 너무 많은 것을 담는다. 그래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 결정하지 않는 말은 실행을 만들지 못한다. 실행을 만들지 못하는 말은 비용만 만든다. 회의 시간, 제안서 비용, 디자인 비용, 촬영 비용, 광고비, 내부 혼선. 그리고 가장 비싼 비용은 "우리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작은 브랜드에게 이 착각은 위험하다. 대기업은 몇 번의 실패한 캠페인을 버틸 수 있다. 작은 브랜드는 그럴 수 없다. 작은 브랜드는 추상어를 쓸 여유가 없다. 브랜드가 필요하다면 더더욱 브랜딩이라는 말을 버려야 한다.

이 책은 불친절하게 들릴 수 있다.

"고객경험이라는 말 쓰지 마라."

"프리미엄이라고 말하지 마라."

"차별화라고 말하지 마라."

"세계관이라고 말하지 마라."

하지만 이 금지는 생각을 좁히기 위한 금지가 아니다. 실행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금지다. 좋은 말을 금지하면 나쁜 말이 남는 것이 아니다. 진짜 말이 남는다.

어떤 고객을 받을 것인가.

어떤 고객을 받지 않을 것인가.

얼마 밑으로는 팔지 않을 것인가.

어떤 채널로만 팔 것인가.

어떤 증거를 쌓을 것인가.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브랜딩이라는 말을 잠시 버려도 괜찮다. 오히려 버려야 한다. 브랜드는 말로 생기지 않는다. 반복되는 규칙이 고객의 기억 속에 남을 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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